'2013/03'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3.08 자괴. 1
  2. 2013.03.06 선생님
  3. 2013.03.02 기부금.
posted by d도리도리b 2013. 3. 8. 02:41
두명의 응급환자. 내가 볼 수 있는 환자들이 아니었다. 헤모글로빈이 어쩌고 헤모백이니 수혈이니 헤마토크릿이 떨어지네 어쩌네 하는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구경하는 것 밖에는 없다. 응급 콜을 받고 가운 자락을 휘날리며 뛰어 내려갔지만 정작 난 멀뚱 멀뚱 지켜만 볼 뿐이었다.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은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교통정리에 여념이 없고 간호사들 역시 분주히 뭔가를 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그 속에 홀로 서 있다. 치과의사라는게 이런 거구나. 면허는 땄지만 정작 의학적인 상황에 대한 지식은 거의 일반인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심한 자괴감이 든다. 6년을 공부했지만 난 뭘 공부 한건가 싶다. 또다시 연기에 상념들을 실어 보낸다.

그리고 내원한 치아 외상 환자. 이정도는 너무나 자신 있다. 휴... 난 그래 치과의사구나.

치과의사가 의사에게 무시 당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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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도리도리b 2013. 3. 6. 03:46
선생님이란 호칭이 듣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적어도 밤잠 못자고 당신를 돌보는 것에 대한 고마움 내지는 미안함 정도는 가지고 있으리라 기대한 내가 너무 순진했던걸까.
“아저씨, 위에는 왜 안 꼬메요. 시발 장난하나 지금”
풀려가는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부여잡고 뒤돌아선다. 병원을 잠시 나와 연기와 함께 분을 삭히고 생각하니 씁쓸함이 밀려온다. 분노와 씁쓸함도 잠시. 전날 있었던 컴플레인 사건을 돌이켜보니 이젠 두려움이 밀려온다. 잘못한건 없지만 이거 똥바가지를 뒤덮어 쓸 수도 있겠다.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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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도리도리b 2013. 3. 2. 01:22

재작년, 별 생각 없이 종로를 걷다가

예쁜 자원봉사자 손에 이끌려 매달 유엔난민기구에 후원을 하겠다는 사인을 했다. 


매달 만오천원이면 난민 어린이 200명에게 말라리아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고

매달 2만원이면 난민 한 가족에게 사계절을 버틸 수 있는 안전한 텐트 하나를 제공할 수 있고

매달 3만원이면 60명의 난민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급수시설을 개선할 수 있고

매달 5만원이면 난민 한명에게 서바이벌 키트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 설명을 듣고 있자니 전날 밤 시원하게 술값을 카드로 긁은 내 자신이 부끄러워 마지 못해 겨우 만원씩이나마 기부를 하겠다는 서명을 했었다. 그래. 1년에 술자리 한번 줄이면 나오는 돈인데 그게 얼마나 되랴 생각 했었다.


그리고 완전 잊고 살았다. 가끔 배달 오는 책상용 달력을 볼 때 마다 내가 후원하는 금액이 부끄러워지곤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당장 내가 먹고 살기도 빠듯했기에.


오늘. 통장 정리를 하다 UNHCR - 유엔난민기구라고 적힌 자동이체 내역을 보았다.그리고 처음으로 홈페이지를 들어가보았다. 내가 낸 돈으로는 100명분의 말라리아 치료제 밖에 못 사겠구나. 질끈 눈을 감고 후원금액란의 숫자를 고쳐 적었다. 그래도 급수시설 개선이란 거창한 후원은 되어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홈페이지 배너에 보이는 깜둥이 아이들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견딜 수가 없었다.


아직은 돈 몇푼으로 생색내는 정도의 후원 밖에 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내가 배운 지식과 앎으로 저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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