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도리도리b 2013. 3. 2. 01:22

재작년, 별 생각 없이 종로를 걷다가

예쁜 자원봉사자 손에 이끌려 매달 유엔난민기구에 후원을 하겠다는 사인을 했다. 


매달 만오천원이면 난민 어린이 200명에게 말라리아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고

매달 2만원이면 난민 한 가족에게 사계절을 버틸 수 있는 안전한 텐트 하나를 제공할 수 있고

매달 3만원이면 60명의 난민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급수시설을 개선할 수 있고

매달 5만원이면 난민 한명에게 서바이벌 키트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 설명을 듣고 있자니 전날 밤 시원하게 술값을 카드로 긁은 내 자신이 부끄러워 마지 못해 겨우 만원씩이나마 기부를 하겠다는 서명을 했었다. 그래. 1년에 술자리 한번 줄이면 나오는 돈인데 그게 얼마나 되랴 생각 했었다.


그리고 완전 잊고 살았다. 가끔 배달 오는 책상용 달력을 볼 때 마다 내가 후원하는 금액이 부끄러워지곤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당장 내가 먹고 살기도 빠듯했기에.


오늘. 통장 정리를 하다 UNHCR - 유엔난민기구라고 적힌 자동이체 내역을 보았다.그리고 처음으로 홈페이지를 들어가보았다. 내가 낸 돈으로는 100명분의 말라리아 치료제 밖에 못 사겠구나. 질끈 눈을 감고 후원금액란의 숫자를 고쳐 적었다. 그래도 급수시설 개선이란 거창한 후원은 되어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홈페이지 배너에 보이는 깜둥이 아이들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견딜 수가 없었다.


아직은 돈 몇푼으로 생색내는 정도의 후원 밖에 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내가 배운 지식과 앎으로 저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θinx'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똥물  (0) 2014.06.22
역마살  (0) 2013.06.11
나한테 관심좀  (2) 2013.01.31
[(양념치킨이 한식이다)는 개소리다]는 개소리다  (8) 2013.01.31
부자 되세요  (0) 201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