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도리도리b 2013. 2. 14. 01:55


근무 시작이 이틀밖에 남지 않은 오늘.


동기들과 함께 IV, IM 주사를 서로 놔 보며 실습을 한다. 여기 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술자를 맡은 친구들이 무시무시한 바늘을 들고 환자를 맡은 친구를 잡으러 다닌다. 바늘이 환자의 몸에 꼽히면서 수액이 사방으로 튀고 피가 철철 흘러 넘친다. 어디가 정맥인지 어디가 근육인지 알길이 없다. 옆자리 친구는 바늘을 들고 뛰어 다니다 실수로 자기 배를 쑤시고는 좋다고 히히덕 거린다. 정맥을 앞뒤로 뻥 뚫어 버린 친구들은 벌써 굵직한 헤마토마 하나씩을 만들어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다. 혈관을 쉽창낸 친구들은 피를 질질 흘리며 히히덕 거리고 있다. 아직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기구들인데 하물며 사용법을 알기란 쉽지 않다. 이 방향이 수도 꼭지 잠금 방향이었는데.. 돌리면 돌릴 수록 물이 솟구쳐 나온다. 털이 많은 친구는 흘러 내린 피가 떡이 되어 엉겨붙어 있다. 그러고도 좋다고 히히덕 거린다. 저기 구석에는 이를 꽉 깨물고 자기 손을 비장한 표정으로 노려보며 바늘을 여기 저기 찔러 대는 미치광이가 쪼그려 앉아 있다. 그래도 좋다고 히히덕 거린다.


한편의 지옥도다.

'인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야. Scope  (0) 2013.04.18
자괴.  (1) 2013.03.08
선생님  (0) 2013.03.06
졸업. 그리고 상념.  (0) 2013.02.21
첫출근 첫당직  (0) 2013.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