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는 사람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인삿말이 있다.
"입학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입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참담한 경험을 하고는 했다.
적어도 나에게 입학은 엊그제 같지 않다. 왜 나에게 그리도 시간이 더디 가던지. 얼마나 힘들고 지긋지긋한 나날들이었는데. 2+4년간의 치의학과 생활동안 20년은 늙어버린듯 하다. 신체적으로, 물질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처음 입학할 때만 해도 21살의 꽃다운 청년 이었는데 이젠 27살의 아저씨가 되어 있다. 흔히들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그 좋은 시절들을 죄다 기공실과 도서관에서 보낸 지난 세월들은 아무리 미화하려 해도 그게 잘 안된다.
그리고 졸업식.
내빈이라고, 선배라고 온 작자들이 축사랍시고 던지는 말을 듣고 있자니 입에서 절로 욕이 나온다.
"여러분의 선배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인술을 베풀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아 시발 지랄하지 말라고. 그 좋은 환경 속에서도 수전노가 되어 도둑질을 해온 거겠지. 지네가 싸 놓은 똥을 우리가 치워야 될 판인데 저런 말이 입에서 술술 나온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 모두가 도둑놈 취급을 받고 포털 뉴스에 우리와 관련된 뉴스는 온통 욕으로 도배되는 작금의 사태가 바로 너네가 싸 놓은 똥이란 말이다.
아.....
얼마전 어린시절 나와 꿈을 공유하던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아직도 그 꿈에 매달려 있고, 나는 그 꿈의 정반대편에 서 있다. 근래에 내가 만난 이들 중 누구보다 그 친구가 부럽다. 내 꿈, 동경하던 것, 하고 싶던 일, 되고 싶던 것을 모두 내려 놓은 채 일신의 안락함을 위해 이 길을 선택한 후 꾸역 꾸역 여기 까지 왔는데, 앞은 아직도 보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