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도리도리b 2013. 1. 1. 21:30


2013년 새해 첫날.

"새해"를 앞세운 안부 문자들을 하나하나 넘겨 본다. 똑같은 멘트, 똑같은 이모티콘들, 그리 답장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다 문득 한 곳에 눈이 머문다. 내가 어릴적 부터 부모님 보다 더 따르던 친척 어른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였다. 

"2013년 새해에는 돈벼락 맞으세요"

뭘까. 이 찝찝한 기분은. 건강 하라는 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는 말도, 하는 일이 잘 풀리길 바라는 말도 아니고 돈벼락을 맞으라니. 


중산층. 영어로는 the middle class. 삶의 수준이 전체 중에 중간쯤은 된다는 뜻의 단어일 것이다. 언젠가 신문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중산층이란 "몇평의 집을 가지고, 자가용을 가지고 있으며, 어쩌고 저쩌고." 

내가 중산층이라는 단어에서 생각해 낼 수 있는 이미지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 집을 갖고, 내 차를 갖고,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외식을 할 수 있고, 두어달에 한 번 정도는 국내 여행을, 일년에 한 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생활 수준을 갖추는게 내가 생각하는 중산층이다. 

기사 뒷 부분에 나오는 프랑스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이 어떤 것인가를 보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난다. 

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하여,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출 것
한 가지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룰 것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별미를 만들어 손님 접대할 줄 알기
사회 봉사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할 것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을 수 있을 것
사회 정의가 흔들릴 때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나설 것

물론 이것이 모든 프랑스 사람들의 의견을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프랑스 사람이 우월하니 국민성이 어떠니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저런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그 자체가 놀라웠다. 삶의 수준이 돈으로 평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점에서.


몇년 전 김정은이 TV에 나와 "여러분~ 부~자 되세요!" 라는 멘트로 전 국민을 미소짓게 하던 적이 있었다. (김정은을 검색하니 이제 뽀글이 아저씨 아들내미가 더 많이 나오는구나) 그때야 나도 따라서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갑갑하다.

모두가 돈. 돈. 돈. 그리고 또 돈이다. 어디서부터 글러먹은 걸까? 모두가 수전노 처럼 한푼이라도 더 긁어 모으기 위해 악착 같이 노력하고 아둥바둥 살아 가는게 정말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사회인 걸까?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든다. 마르크스나 레닌이 꿈꾸던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가가 사실은 정말 우리가 나아가야갈 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중2병 시절, 어떤 인터넷 게시판에서 소위 빨갱이와 거품물고 키배를 뜬 기억이 난다. 자본주의의 대표인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이므로 자본주의가 가장 우수한 제도다. 봐라 공산당 빨갱이들이 다스린 나라 치고 제대로 돌아간 나라가 어디 있느냐. 공산주의는 허무맹랑한 패배자들이 했던 제도다. 라는 요지의 글을 적당히 욕을 섞어 가면서 싸질렀던것 같다.

소유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없어진다면 돈에 대한 우리의 강박증도 필요 없게 되지 않을까? 돈 한 푼 아끼겠다고 수백억대 자산가가 자기 아들 건물의 경비원으로 취직되어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안 봐도 될거고, 검은 돈이 오고 가며 독버섯 처럼 피어나는 범죄조직도 없어질 것이며, 남의 것을 좀 더 빼앗겠다고 아둥바둥 하는 수전노들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계몽과 더불어 강력한 경찰국가라는 생각에 까지 이르고 나면, 뽀글이 아저씨와 턱주가리 아저씨의 김씨왕조가 어떻게 망해 갔는지 뇌까리게 된다. 

그저 망상이다.


새해 문자 하나에 별 생각을 다 한다.
2013년 1월 1일. 새벽, 해 맞이를 위해 등산을 했다. 
그리고 새해 문자 하나에 온종일 망상을 뻗어 나가다 결국 공부는 손도 못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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