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도리도리b 2013. 3. 8. 02:41
두명의 응급환자. 내가 볼 수 있는 환자들이 아니었다. 헤모글로빈이 어쩌고 헤모백이니 수혈이니 헤마토크릿이 떨어지네 어쩌네 하는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구경하는 것 밖에는 없다. 응급 콜을 받고 가운 자락을 휘날리며 뛰어 내려갔지만 정작 난 멀뚱 멀뚱 지켜만 볼 뿐이었다.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은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교통정리에 여념이 없고 간호사들 역시 분주히 뭔가를 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그 속에 홀로 서 있다. 치과의사라는게 이런 거구나. 면허는 땄지만 정작 의학적인 상황에 대한 지식은 거의 일반인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심한 자괴감이 든다. 6년을 공부했지만 난 뭘 공부 한건가 싶다. 또다시 연기에 상념들을 실어 보낸다.

그리고 내원한 치아 외상 환자. 이정도는 너무나 자신 있다. 휴... 난 그래 치과의사구나.

치과의사가 의사에게 무시 당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것 같다.

'인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야. Scope  (0) 2013.04.18
선생님  (0) 2013.03.06
졸업. 그리고 상념.  (0) 2013.02.21
첫출근 첫당직  (0) 2013.02.17
지옥도  (0) 201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