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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06 여행
  2. 2012.06.18 같은 또 다른 아침 7시.
  3. 2011.12.08 태미러스. 목욕의 신.
posted by d도리도리b 2012. 7. 6. 00:53


인도로 돌아가고 싶다.

그 냄새나고 구질구질하고 더러운 거리.

그 속에서도 나는 뼛속까지 자유로웠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자는 단순한 명제를 뇌까리며 하루 하루를 마음 편하게 잠이 들던 그 나날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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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1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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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12. 8. 23:05

어느새 단골이 되어 버린 맥도날드 홍제점에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빅맥을 쑤셔 넣고 나오던 저녁 무렵. 목이 근질근질해짐을 느낌과 동시에 목욕탕 간판이 눈에 들어 온다. 목욕탕을 가 본지가 언제였더라.

월례 행사에서 어느새 연례 행사로 바뀌어 버린 목욕탕 나들이.

피같은 천원을 자판기에 쑤셔 박고 최신식 때수건도 한장 뽑아냈다. 오늘 씐나게 때를 밀어 보려고 마음을 먹고 탕에 들어 간다. 최첨단 방수 시계로 초를 재서 딱 30분만 앉아 있는거다. 내가 이럴때 쓰려고 100달러나 더 주고 크로노 기능이 있는걸 샀지. 버튼 누르... 어? 버튼이 없어졌네. 아놔. 수리비 또 왕창 깨지겠구만. 이래 저래 돈 나갈일만 자꾸 생기네.

온탕엔 할아버지 두 분이 이미 자리를 잡고 계신다. 전두환 닮은 분이랑 노태우 닮은 분이랑. 좋아. 오늘 등은 태우형께 부탁해야 겠다 다짐한다. 탕에서 누군가를 마주 보고 있는 순간은 참 뻘쭘하기가 그지 없다. 눈은 계속 마주치는데 할 말은 없고. 그렇다고 새파란 젊은 놈이 먼저 말 건네기도 뭣하고.

한참을 앉아 있었으니 이제 때를 밀어야 겠군. 고작 5분이 지났다. 급격히 힘이 빠진다. 또 한참을 앉아 있었다. 고작 10분이 지났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이벤트탕, 안마탕, 회오리탕, 좌탕 기타 등등 탕을 전전하지만 이 심심함을 이겨낼 수가 없다. 싸돌아 다니다 보니 어느새 체력도 바닥이 난다. 어쩔 수 없다. 천원이나 준 최신식 때수건이 아깝긴 하지만 그냥 때밀이 아저씨에게 밀어야겠다. 오늘은 수업도 열심히 들었고, 병원에서 일도 열심히 했고, 방사선 사진도 열심히 찍었고, 싸인도 3개나 받았으니 나에게 상을 줘야 겠다.

이 동네 때밀이 아저씨는 다행히 할아버지가 아니다. 안 미안해도 되겠다. 그래도 눈을 뜰 수가 없다. 목욕한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얼마나 때가 나올지는 안봐도 뻔하다. 차마 그 광경을 내 눈으로 보고 싶지 않다. 부끄럽잖아. 환자들이 치과에 와서 양치 못했다고 부끄러워 하는게 이 느낌일까?

여튼 때밀이 아저씨는 열심히 내 몸 구섞구섞을 훑고 있다. 아 아저씨. 거긴 아까 밀었는데... 어지간히 많이 나오긴 하나보다.

갑자기 아저씨가 한 숨을 쉰다. 아... 올게 왔구나.
"휴... 뭐 하길래 때가 이렇게 많소? 올해 밀어 본거 중에 최고요."
칭찬이다. 흐흐흐. 본전 뽑았군.

여튼. 개운해졌다. 다시 이 동네에서 제일 깨끗한 원내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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