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10. 10. 02:29
지금시간 새벽 두시.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상콤하게 일찍 잠들어야지 하면서 누워 있은지도 두시간째.

별다른 고민거리가 있는게 아니다.
아닌가? 고민 거리가 있는거 같기도 하다.
뭐 어쨌든 오늘은 그때문이 아니다.

쓸데없는 망상. 공상에 빠져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니 도저히 잠이 들지 않는다.

범인은 우연히 낮에 읽은 로또 당첨기 라는 글이다.
글쓴놈은 대학생이었는데 38억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단다.
찌질이 천국인 인터넷에 흘러다니는 글이니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사실이든 아니든 계속 생각난다

만약 나한테 그런 돈이 뚝 떨어지면 난 뭘할까.

재수할 때쯤 이런 망상에 푹 빠져 있었는데.
하루하루 도망가고 싶고. 내일이 오는게 두려웠던 그 시절 말이다.
그냥 로또나 맞아서 일 안하고 평생 놀고 먹고 하면 딱 좋겠다던 그 때.

지금도 그 때랑 내 감정이 비슷한건가?
하루하루 도망가고 싶은 느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의 초입에서 두려워 떨고 있는 느낌.
뭐 비슷하다면 좀 비슷하긴 하네


어쨌든.

로또를 맞으면. 우선 할아버지 댁을 깨 부셔버리고 다시 지어야 한다. 오랜 숙원이다. 화장실도 수세식으로 좀 갖추고, 난방도 아궁이에서 불 안때도 되게 가스보일러 하나 놔 드려야 한다. 그럼 양옥으로 지어야 겠는데, 아니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할아버지니 만큼 한옥으로 짓는게 더 좋을까? 아 정자도 지어놓으면 좋겠다. 유학자처럼 멋을 낸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글씨나 종일 쓰시며 책이나 보고 계셨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일 못하시게 논밭은 다 팔아버려야겠다. 용돈도 두둑히 드려야겠네.

음, 이건 로또 안맞아도 해드려야 되는 일인데.. 언제 돈 벌어서 언제 해드려야되지? 내가 돈 벌때 까지 살아계셨으면 좋겠는데. 건강하셔야 되는데. 그러고보니 안부전화 못 드린지도 한참 됐다. 내일 날 밝으면 전화 드려야겠다.

할아버지댁을 새로 지었으니 대구에 엄마아빠집도 새로 장만해드려야겠지? 아, 엄마아빠집이라니. 서글프다. 그냥 집이란 말이 바로 튀어나오질 않고 엄마아빠집이라니. 작년까지만 해도 형식적이나마 우리집이었는데, 이젠 나도 주민세조차 따로 내는 객식구가 되어버렸다. 여튼 그 집도 팔아버리고 좀 교통이 편한데로 옮겨드려야겠다.

이젠 내 집을 사야될 차례네? 젠장. 로또 맞고 처음에 할 세 가지 일이 부동산 사는거라니. 역시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 만세다. 그래. 어린누무시키가 무슨 부동산이여. 그런거 필요 없다. 여행부터 떠나자. 그러려면 휴학을 해야겠네. 지금 휴학하면 3학년을 처음부터 다시 다녀야 되니까, 일단 3학년은 마치고 떠나자. 아, 난 지금 총대를 맡고 있었지. 건철이형이 무지 싫어하겠군. 연극부 아이들도 무지 싫어하겠군. 할 수 없지 뭐.

어디로 갈까. 에디오피아? 리비아? 파키스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칠레? 가고 싶은 나라중에 멀쩡한 나라는 별로 없는거 같네. 아, 엄마가 또 호적에서 파내려고 하겠다. 집을 하나 더 사드려서 입막음 해야겠다. 일단 겨울이니까 따뜻한데로 가는게 좋겠어. 좋아. 출발은 방콕으로 하자. 거기 있다보면 거기서 가고 싶은 곳이 생기겠지 뭐.

정처 없이 1년쯤 떠돌다 보면 질리겠지?

질릴 때쯤 돌아오는거야. 돌아오면 뭘할까.
그래. 돌아왔으니 집 사고. 통학용 오토바이가 낡았을테니 바꾸고. 주말에 탈 차나 한대 뽑자. 컴퓨터도 바꿀까? 바꿔봐야 게임도 안할텐데 뭐.

이젠 뭘 할까.
학교로 돌아가야지.
4학년이구만. 동기들은 졸업해서 치과의사가 되어있겠네.
나도 어서 빨리 졸업....... 시발 이게 아니잖아.

기껏 돈생겨도 니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게 고작 집사고 차사고, 그리고 정상적으로 졸업해서 치과의사가 되겠단거냐.

에휴.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적고 보니 더 한심하다.
야밤에 무슨 개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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