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θinx'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1.09.13 내 집을 갖고 싶다.
  2. 2011.09.10 나의 목욕탕 연대기
  3. 2011.09.05 노예가 노예로서의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9. 13. 04:27

기숙사를 '집'이라 표현하며 정을 붙이려 노력해봤지만,
역시. 기숙사는 '집'이 될 수 없다.


더이상 뭔가를 해 먹고 싶을 때 방 구섞에서 몰래 가스 버너를 켜고 싶지 않다. 자고 있을 때 불쑥불쑥 누군가 들이닥치는것도 마뜩찮다. 생활패턴이 잘 맞지 않는 룸메이트 신경 쓰는것도 피곤하고, 코고는 소리도 지겹다. 1시 부터 5시 까지의 통금이 그리 맞추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왠지 풀 수 없는 족쇄를 찬 느낌이다. 그리고. 언젠가 비워야할 곳이라는 생각을 하니 역시 정이 가질 않는다.

이젠 이 감옥 같은 곳에서 좀 풀려나고 싶다.
"내 집"을 갖고 싶지만,
그건 아마도 먼 훗날 이야기가 될 것 같고, 당장은 혼자 살고 싶다.

"너 결혼하기 전 까진 내내 혼자 살아야 할텐데, 졸업할 때 까지만이라도 기숙사에 있지.."
글쎄, 졸업하기 전까지 미치지 않는다면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냉장고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 냉장고 안에 맥주 두 캔 정도는 들어 있으면 좋겠다.
가스렌지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 위에 아침에 먹다 남은 찌개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늦은 시간 털래털래 걸어나와 집주변을 산책해보고 싶고
가끔은 늦은 시간 한아름 장바구니를 안고 들어가보고 싶다.

룸메이트 눈치를 보지 않고 씨부려가며 외국어 공부를 해보고 싶고
룸메이트 눈치를 보지 않고 늦게 까지 코를 골며 자고 싶다.


이 모든것의 해답은 돈이다.
더이상 부모님 등골 후려치긴 싫고,
마통에서 끌어다 쓰면 딱 맞긴 한데..

심리적인 여유가 좀 생기면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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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9. 10. 17:42

명절때마다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목욕탕 나들이.

난 아버지 손을 잡고 목욕탕을 갔다 오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 아버지는 대중목욕탕을 가질 않으신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아주 어릴때, 집에 욕실이 없던 시절에는 가족 모두가 여관방을 잡고 목욕 하는게 집안의 큰 행사중 하나였고, 좀 지나서는 엄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갔으며, 그리고 조금 더 지나서는 좁아터진 집안 욕실에서 때를 밀어댔다. 하지만 내 덩치가 점점 커져 아버지가 감당할 수 없게 된 이후, 나는 혼자 대중목욕탕을 다녀오곤 했다.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한달에 한번씩 모두 함께 목욕탕 나들이 하는 날을 정했을때,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내게 대중목욕탕이란 늘 눈치보는 공간이었다. 다들 아버지 손을 붙잡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등을 밀어주고 있을때, 나는 혼자 온 것이 죄라도 되는양 구섞에 쪼그리고 앉아 혼자 때를 밀었다. 가끔 친절한 아저씨가 "혼자 왔니? 등좀 밀어주라."라고 말을 건내면 기다렸다는듯 등을 밀어주고, 나도 자연스럽게 내 등을 들이 밀고는 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혼자 온 내 자신이 미워서 차마 누구에게 먼저 부탁할 처지는 못 되었다.

그러다 그 선생님과 함께, 그리고 반 친구들과 처음 같이 가본 목욕탕. 잊을 수 없다. 늘 소수자였던 내가 드디어 장난칠 수 있는 다수자의 그룹을 갖게된 것이다. 마음놓고 냉탕에서 물장구도 쳐보고 누가 오래 숨을 참을 수 있나 내기도 해 가며 드디어 남들처럼 나도 목욕탕 라이프를 즐길 수 있나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
어느새 중2가 되고, 중3이 되고...
난 다시 혼자가 되었다. 물론 친구들과 몇번 오긴 했지만, 여전히 난 목욕탕 속에선 혼자가 된 기분을 느꼈다. 여전히 주변에 다른 이들은 아버지와 함께였기에.

어른이 된 후. 아니 어른이란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법적으로 성인이 된 후로는 친구들과 자주 목욕탕을 다니며 서로 때를 밀어주고 장난을 쳐가며 술을 깨곤 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그 혼자가 된 기분은 서서히 옅어져 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게 도저히 도전할 수 없는 영역이 있었다. 바로 때밀이 아저씨에게 내 몸을 맡기는 바로 그것이다. 새파랗게 젊은 놈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세신사(?) 할아버지에게 돈을 낼테니 때를 밀어달란 말을 꺼내지 못함 때문이다. 한참을 관찰해보니 어린놈들이 피곤한 표정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벨을 누르고 조금 있으면 때밀이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래 쉬운거다.
눈 딱 감고 한번만 벨을 눌러보자.
쉽지 않다.

그 금단의 벽을 넘어선 것이 인도를 갔다온 직후. 그러니까 올초였다. 혼자 때를 밀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되어, 벨을 눌렀다. 역시 여태 관찰한것 처럼 머리가 희끗하고 가운데는 벗겨진 쭈글이 할아버지가 나오신다. 금새 후회했다. 이런분에게 돈을 주고 노동을 하게 한다니. 머뭇거리는 내 팔을 할아버지가 잡아 끌더니 거칠게 침대에 뉘인다. 벌거벗겨진채 내 온몸을 훑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를 시간이 지나고 "끝났다" 라는 소리에 "고맙.습..."이라고 작게 외치곤 얼른 빠져나왔다.

목욕탕을 나섰을때, 첫경험을 당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여태 살면서 맛보지 못했던 개운함에 경악했다.

아. 이것이 프로의 손길이구나.

이젠 두려워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도 아니잖아.
그래서 난 오늘 목욕탕에서 당당히 아저씨를 불렀다.

"아저씨 때밀어 주세요!"

그리고 그 문을 다시 나선 지금, 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개운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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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9. 5. 02:32

노예가 노예로서의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놀랍게도 자신의 다리를 묶여있는 쇠사슬을 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
어느 쪽의 쇠사슬이 빛나는가, 더 무거운가 등.

그리고 쇠사슬에 묶여있지 않은 자유인을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노예들을 묶고 있는 것은 사실 한 줄에 쇠사슬에 불과하다.
그리고 노예는 어디까지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의 노예는, 자유인이 힘에 의하여 정복당해 어쩔 수 없이 노예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일부 특혜를 받거나 한 자를 제외하면
노예가 되더라도 결코 그 정신의 자유까지도 양도하지는 않았다.
그 혈통을 자랑하고 선조들이 구축한 문명의 위대함을 잊지 않은 채, 빈틈만 생기면 도망쳤다.
혹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노동으로 단련된 강인한 육체로 살찐 주인을 희생의 제물로 삼았다.

그러나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 노예의 옷을 입고 목에 굴욕의 끈을 휘감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랍게도,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가 노예라는 자각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노예인 것을 스스로의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기까지 한다.

(by 리로이 존스 1968년, NY할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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