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5. 3. 20:25

학교 구강검진때 들은 충치갯수가 치과에서 들은 것과 달라 격노한 어머니 라는 포스트를 읽은 학교 후배로서의 사족...

그 이유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 하듯 치과의사들이 도둑놈이라서가 아니다.
결론부터 얘기 하자면 진짜 이유는 학교 구강 검진을 나가는 그 작자들이 치과의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급 초/중/고등학교에서 구강검진이 있으면 치과대학으로 사람을 보내달라고 의뢰가 들어 오는 듯 하다. 이게 어떤 과정을 거쳐 치대로 의뢰가 들어오는 건지, 그 과정에서 돈이 오고 가는건지 뭔지는 잘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치과대학 부속병원으로서는 평소에도 환자들이 빡빡해 전공의들을 무슨 막노동자 처럼 부려 먹는 판국에 하루 날을 잡아 인력을 놀릴 여유가 없다. (교수님급의 인력이 구강검진을 간다는건 말도 안되는거고)

그래도 이 일을 누군가에게는 맡겨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은 항상 최하층민의 몫이다. 치과대학 병원의 가장 하층민이 누구냐. 바로 학부생. 그 중에서도 본인과 같은 원내생이다. 이들 역시 정신 없기는 매 한가지다. 가장 하층민이기에 항상 눈치봐야 하고 항상 쪼들려서 뭔가를 하고 있으며 잠시라도 쉴 틈이 있으면 학교 밖으로 뛰쳐 나가고 싶어 하는 족솔들이다.

그나마 이들이 구강 검진을 나간다면 좀 낫다. 평소에 이빨 깨나 구경 했다는 자들이기에.

현실은 그리 이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병원의 최하층민인 원내생 역시, 학교로 돌아오면 그 아래로 층층이 수하들이 깔려 있다. 그러면 또 공은 학교의 최하층민. 불가촉 천민에게로 넘어간다. 바로 예과생에게로.


예과생.
그들은 어떤 자들이냐.
학교를 가는날 보다 안 가는날이 더 많으며
술을 안 먹는날 보다 먹는 날이 더 많으며
성적은 항상 뒤에서 세는게 빠르고
어떤 과목이든 시험을 보면 가장 늦게 들어가 가장 먼저 나오는 자들이다.
결정적인건
이 인간들은 충치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뿐더러 남의 이빨을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저... 충치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검진을 해요?" 라고 물으면
한심하단 눈 빛으로 "그냥 까만게 충치야" 라는 대답만 돌아 온다.
차마 뭘 더 물어볼 생각은 꿈에 조차 하지 못하고
그런 작자들이 구강 검진이랍시고 흰 가운을 입고 학교로 나가게 된다.

자..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

치아에 붙은 김조각 하나를 보고 고민하게 된다.
'아.. 선배님이 까만게 충치라고 했는데... 이건 충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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