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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05 나이를 먹긴 먹는다.
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5. 5. 01:44

소아치과 로테이션 이틀째.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


구치부를 S-S crown으로 수복하고 나가려던 8살 병현이. 아이 엄마가 갑자기 생각난 듯 얘기 한다. "저, 앞니 흔들리는데요. 집에서 뽑으려니 너무 무서워요."

이미 녀석은 자지러지려고 한다. "안 뽑을래요. 뽑으면 안되요. 진짜 아파요. 안되요. 무섭단 말이에요. 선생님 제발요. 살려 주세요. 안되요."

"알았어~ 만져 보기만 할께. 선생님이 안 뽑고 살살 흔들어 보기만 할께~"

어느 순간 앞니는 교수님 손에 들려 있었고, 녀석은 병원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울어대기 시작 한다.

그걸 보고 있자니, 괜히 내 눈가가 축축해졌다.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 어릴적 기억이 떠올라서도 아니었고, 아이한테 감정 이입이 된 것도 아닌거 같은데. 그냥 그 장면이 너무 정겨웠다.
이 하나 안 뽑겠다고 바둥바둥 거리는 아이도, 동네 할아버지 처럼 아이를 데리고 얼르고 하는 무서운 교수님도, 옆에서 이 뽑는걸 못보고 눈을 가리고 있는 엄마도, 정지된 스틸컷 처럼 눈에 하나 하나 들어왔다. 

그리고 둘러 보았다. 여기 저기서 울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 이뻐보였다.
미쳤나보다.

5살부터 15살까지 누구든 보기만 해도 경기를 하던 내가, 어처구니가 없다.
25살에 나이 타령 하려니 간지럽지만, 나이를 먹긴 먹는다.
장가갈 때 됐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