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도리도리b 2012. 4. 3. 01:27

원내생 주제에 환자를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니.

난 단지 물 튀어 가며 스케일링을 잠시 했을 뿐인데
그렇게 환한 웃음을 지으며 연신 고맙다고.. 또 고맙다고..

의료원 청소 아주머니 분들이 한분 두분 내게 오신다.
처음엔 환자가 늘어 간다는 것에 기뻤고
그리곤 환자가 너무 늘어 간다는 것에 귀찮았고
이제는 환자가 내 환자가 되어 간다는 것에 다시 기쁘다.

교수님들은 늘 말씀하신다.
케이스에 연연하지 말라고.
환자를 케이스로 보지 말라고.
졸업 하려면 채워야 될 케이스가 산더미 같은데
환자를 케이스로 보지 않을 수 있냐고요.
조용히 속으로 반문했었다.

하지만, 내게 환하게 웃음 짓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니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서 잘해 드리고 싶다는 마음.
케이스 따위가 아니라 정말 내 환자다 싶은 마음.
그런게 가슴 깊이서 올라 온다.

또 교수님들은 말씀하신다.
졸업해서 사회 나가면,
너네가 일년 내내 한 진료, 일주일이면 다 한다고.
원내생 진료의 목적은 기본을 배우는 거라고.

그 기본 이라는 말.
이제는 뭘 말하는 건지 알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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