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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1 멍청이들의 자전거 국토 종단기 -1- 준비(?)편.
posted by d도리도리b 2008. 12. 21. 15:29
2007년 여름. 지옥같던 5일간의 기억. 

네이버 지도 기준 
국도 주행 거리 458.51km 
예상소요시간 :9시간 (차)

실제
실주행 거리 680km 
소요시간 4박5일 
하루 평균 주행거리 135km

목표
1. 땅끝 찍기
2. 전주비빔밥 먹기


1. 준비
성근. 강렬. 성목. 낙규. 나.

21살. 한살이라도 더 젊을 때 아주 고생하는 여행을 해보자며 의기투합한 우리들. 낙규는 곧 입대를 앞두고 있고, 나와 강렬이는 곧 본과생.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완전 개 고생할텐데, 뭐하러 이런 짓거리를 하려 했나 싶기도 하지만, 젊을 때가 아니면 절대 도전해볼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 두달전, 고생은 해야 되겠는데... 뭘 하지?
1. 사막
2. 시베리아 - 여름인데 추워서 고생하기 보단 질척거려서 짜증만 날거 같아서 탈락. 
3. 극지방 - 어떻게 가야 되는지 몰라 탈락. 
4. 히말라야 - 갔다가 정말 뒤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탈락. 
5. 중앙아시아 대평원.. - 우리 민족의 고향.. 내 평생 가보는게 소원인 곳이지만.. 별로 고생할게 없다는 의견에 탈락.

결국 사막을 가자고 대충 두리 뭉실하게 생각을 모으고는 헤어졌다. 고등학교는 같은 곳을 나왔지만, 전국구로 흩어져 있는 우리들 사정상 자주 모이긴 힘들었다.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이제 출발 한달전.

막연하게 사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다들 멍청한 이과생들이다. 사막이 어디 붙어 있는지 조차 잘 알지 못한다. 그나마 대항해시대로 단련된 내가 세계지도에서 여기 여기 여기에 사막이 있을거라고 얘길 꺼내 보지만, 다들 엄두가 안 나는 표정이다. 한달 남았는데 비행기표는 어떡할 것이며, gps나 장비도 준비하지 않고 가도 되는거냐.. 뭐 적어도 낙타는 있어야 사막을 갈 수 잇는것 아닌가.. 뭐 아무것도 준비된게 없다.

마침 근사하게 쫄쫄이바지를 입은 아저씨 한분이 자전거를 타고 쌩 지나간다.

저거다!

굳이 멀리 갈 필요 있나. 우리나라 안에서 고생길을 찾아 보면 되는거지.. 대충 서울에서 출발해서 땅끝 찍고 부산 찍고 강원도 갔다 오면 보름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결론에 이르렀다. 

교보문고를 들러 책을 찾아 봤다. 우선 전국 지도를 하나 샀다. 그리고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각각의 여행 안내 책자와 지도를 비교해봤다. 가능할거 같았다. 대충 그정도로 합의를 보고 역시 또 술이나 처먹으러 간다. 

집으로 돌아와 네이버에 자전거 카페,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여사(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를 가입해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하이브리드형이 좋네, 뭐가 좋네.. 그리고 보호장구는 있어야 하네.. 잔소리들이 많다. 하나씩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해 다들 집에 자전거는 하나씩 갖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낡고 녹이 슬어서 못 써먹을 녀석들이다. 아예 다섯개를 같은 녀석으로 사버릴 생각을 하고 여러개를 비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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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살때는 저렇게 비싸진 않았는데; 1년새 10만원 가량이 오른듯 하다. 헬멧, 라이딩복을 포함해 헤드라이트, 속도계 등등을 부착 하니 평균 25만원 정도가 들 듯 했다.

자 이제 준비는 끝낸거 같다고 생각하고 또 아무 생각 없이 한달을 보냈다. 

그러던 중에 낙규 일정에 문제가 생겼다. 여행 날짜와 밴드 공연 일자가 어긋나 버린거다. 다 같이 준비 해놓고 빠지긴 뭣하고.. 차라리 5일만에 단타로 땅끝을 정복 하기로 마음 먹고 계획을 변경해 본다. 아니 별로 변경할 것도 없다. 세워둔 계획이 없었기에.

그리고 일행이 한명 늘었다.
우리 얘기를 듣고 꿈을 키운 성목이가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성목이의 그 덩치가 좀 불안하긴 했지만, ROTC로 단련된 몸이니 충분히 견딜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다들 동의 했다. 



드디어 출발 5일전.
같이 서울에 살고 있는 성근이와 함께 자전거를 구매 하러 간다. 좀 일찍 샀어야 되는데... 너무 생각이 없긴했다. 익숙해질 시간도 없이.. 마포에 있는 드림스포츠(http://www.bike21.com/)엘 들러 대충 주문을 넣었다. 자출사였던가 자여사 였던가.. 여튼 카페에서 소개 받고 간 곳인데 아저씨도 친절하고 꽤 많이 깎아주신듯 하다.

앉아서 노닥 거리며 주의사항이나 행동요령? 이것저것 줏어 들었지만 기대에 부풀어 한귀로 듣고 한귀로 다 흘려 버렸다. 




출발 하루전.
대구에서 낙규와 성목이가, 대전에서 강렬이가 올라왔다. 자전거를 인수받고 마포에서 연대 까지 페달을 밟아 본다. 이놈 아주 물건이었다. 슬슬 밟는데도 아주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기분 좋다고 다들 미친듯이 밟다 보니 지쳐버렸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땅끝까지 간다는건지.. 라는 생각은 아주 잠깐 들었다. 치킨에 맥주를 처먹고 다들 뻗어버렸기에.





1년 반이나 지난 고생기를 이제야 작성해 봅니다...
이렇게라도 시작해놓지 않으면 영영 기억속에 묻어 버릴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기에.
다음 편은 언제 쓰게될지 기약이 없습니다..
일기도 쓰지 않았고, 무턱대고 떠난 거라 기억을 복원 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걸릴거 같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