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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9 구순구개열
posted by d도리도리b 2010. 4. 9. 03:52

병리학 시간..

이른바 언청이라고 불리는 구순구개열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요즘은 학교 다니는게 별로 재미가 없어서 수업 시간엔 엔간하면 잠을 청하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날 따라 수업에 몰입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징그러운 아기들 사진들과 내가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 아직 까막눈일 뿐인 해부학 용어들이 막 스쳐 지나 갔다. 

구순구개열 환자들도.. 요즘은 태어나자 마자 수술을 받고, 몇 차례의 교정 치료와 또 몇 차례의 수술을 받고 나면 정상인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이 '오히려 구순구개열 환자들은 어릴 때 부터 온갖 시련을 다 겪었기 때문에 커 가면서 남들 보다 심적으로 튼튼하게 자라고, 공부도 잘 할 가능성이 높다' 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수업 막바지에 치료가 거의 끝난 환자들의 사진을 보여 주신다. 치료가 끝났거나 거의 끝나가는 환자들이지만, 약간은 전형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지나가는 누군가가 있었다. 어딘가에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어린 시절, 한 친구녀석이 있었다. 늘 발음이 어눌했고 입은 약간 돌아 간 듯 보여 밉상이었다. 그랬다. 이유 없이 미웠다. 그래서 놀리고 때렸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그랬던 거라고 애써 변명하지만, 생각할 수록 아주 부끄럽고 추악한 기억이다. 

그래, 그 친구 녀석의 모습이 왠지 그러했다. 아마 그 아이도 태어날 때 그런 결함을 갖고 태어난게 아닐까 하는 조심스레 생각하고 나니 너무나 미안해졌다. 물론 이 병이 아닐 수도 있다. 아니, 아닐것이다. 오히려 십 수년이나 잊고 있다가 장애가 있는 환자의 사진을 보고 그 친구를 떠 올렸다는게 더더욱 미안하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질 않고,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도 없다. 그 때 내 행동을 사과받을 길 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지만 수업시간, 선생님 말씀 처럼 그 때 겪었던 시련을 다 뒤로 하고 어디에서 잘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나름의 위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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