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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27 대통령 측근 비리.
  2. 2011.09.20 자아비판
  3. 2011.09.13 죽음의 랠리.
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9. 27. 12:15

밥먹으면서 뉴스 보다가 열받아서 숟가락 집어 던질뻔 했다.

뭔 80년대 땡전 뉴스도 아니고
첫 뉴스에 이명박 대통령 어쩌고 하는거 부터 맘에 안들었는데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소위 측근 이라는 사람들이 공과 사를 구분 못해서 생긴 일이다.
아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해야 된다." 라고 당부 했단다.
그리고 철저한 예방 대책을 관계 부처에 주문 했단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아랫사람이 잘못한 일 까지 다 책임져야 된다고 배웠다.
더구나 그 잘못이 자기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면 적어도 사과부터 해야 되는거 아닌가?

또, 측근 비리를 관계부처에서 뭘 어떻게 예방하겠다는 건데?
아랫 사람 관리나 똑바로 하시지.


"아, 내가 부덕해서 이런 일이 생겼으니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게 주의 하겠다.
현재의 비리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를 부탁한다."

정도로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그렇게 자기만 쏙 빠져나가야 속이 시원한가?

여러모로 맘에 안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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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9. 20. 22:46

통진과 이틀째. 무료한 오후.
로테이션이 시작되면서 부터 이상한 환자가 밀려온다.

입에서 실같은게 나온다며 이를 다 뽑아 달라는 정신과적 병력을 가진 할아버지.
근 몇년간 이를 전혀 닦지 않은것 같은 20대 여성의 화성인.

나도 모르게 김이 빠진다.

눈은 뜨고 있되 뜨고 있지 않다.
귀는 열려있되 열려있지 않다.
손은 열중쉬어 자세로 고정되어 있고, 파티션 끄트머리에 등을 살짝 기댄 채, 다리는 스크럽 속에서 살짝 짝다리를 짚은 채, 나는 내가 찾아낸 최고로 편한 자세에 스스로 감동하며 얼른 5시 반이 되어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있기만을 기다린다.


mantle cell lymphoma 진단을 받아 항암치료를 받으신 아주머니였다. 그래도 별 관심 없다. 단지 병동환자를 보고 채워야 할 케이스칸에 이름을 적어 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보일듯 말듯 미소를 흘리며 파티션에 등을 다시 기댄다. 선생님과 환자가 뭔가 대화를 주고 받는다. 마치 잠결에, 벽 너머 옆방에서 들리는 대화처럼 아득하게 들려온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물끄러미 훑어 보니 항암치료가 저번주에 끝나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 '저런.. 안됐다'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깐. 다시 혼자 망상을 펼치며 나만의 세계로 빠져 든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들려오는 단어가 '컨설트' '교수님' '무슨 요일' 정도로 바뀌어 있다. 이제 끝나고 예약을 잡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도망가는 정신줄을 잠깐 붙잡아 온다. 끝나고 나면 물컵 빼주고 자리 정리 하는 건 도와야 하기에. 환자분. 날짜를 확인 하려고 핸드폰을 꺼내 든다.

그 순간 보인 핸드폰 배경화면이 쿵... 내 머리를 한대 후려 친다.

긴 머리를 흩날리며 딸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보인다.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져 온다.

눈 주변이 뜨겁다.
저렇게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아주머니가 지금은 이렇게 병마와 싸우고 계신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모자를 쓰고, 힘겨운 표정으로 내 앞에 앉아 계신다.

참을 수 없이 부끄럽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던거지?

그리고 또 눈 주변이 뜨겁다.


글쎄, 사실 내가 거기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내가 그런 환자분 옆에서 따분하고 지루하게 느꼈다는 사실에 죄스럽다. 무관심했다는 사실에 죄스럽다.

1학기, 3월. 처음 병원 로테이션을 나왔던 그 때 나는 이렇지는 않았다. 모든게 어려웠고, 모든게 신기하고, 모든게 궁금했다. 말 배우는 아이처럼 이것 저것 물어 보고, 들쑤시고 다녔다.

2학기, 9월. 모든게 지루하고, 모든게 따분하고, 모든게 짜증났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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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9. 13. 23:01

본과 3학년 2학기. 흔히들 말하는 죽음의 랠리가 시작됐다.

본과 1학년이 학교에 갇혀 있는 시간이 길어서 힘들다고는 하지만, 내게 그것 쯤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그 전에도 연극 때문에 하루 종일 학교에 갇혀 있었고, 적어도 하루에 8시간은 수업이 있으니 마음껏 숙면을 취할 수도 있었다. 실습? 그까짓거 적당히 들어가서 잡담하다가 신나게 주물럭 거리면 어느새 끝나 있었고, 몸에 밴 포르말린 냄새를 안주 삼아 밤새 기울이던 술잔도 재미 있었다.

본과 3학년도 그럴줄 알았다. 보통 남들이 힘들다고 말하는 시기에 내가 힘듦에 빠졌던 유병률이 그리 높지 않았으니. 하지만 이건 뭔가 다르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레포트 세례들. 이전과는 다른 PBL 분위기. 매칭이니 뭐니 이해 할 수 없는 병원 시스템들. 아직 시작은 안했지만 환자를 봐야 한다는 압박감.

추석에 차례도 지내질 못하고 서울로 도망치듯 올라왔다. IDP라는 과목의 레포트를 쓰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PBL로 진행 되는 과목들은 지가 빡세봐야 PBL이다. 하지만 이번 과목은 PBL 수업의 새 지평을 열었다. 매주 2개씩 고정적으로 레포트를 제출 해야 하는데, 모든 문장에 각주와 레퍼런스를 달라는 교수님의 엄명. 첫날 결석한 탓에 분위기를 몰랐던 나는 첫번째 레포트를 대충 입으로 때우려다 박살이 났다. 그리고 두번째 제출하는 레포트는 제대로 해 가야 한다는 압박. 목요일 수업이 끝나는 그 순간 부터 추석 연휴 내내 나를 괴롭혔다. 하필 주제도 그지같은걸 골라서 감당도 안된다. 논문 하나 번역하고 딴짓 하고, 한줄 쓰고 딴짓하고 머리 끝까지 승질 나서 괜히 잠옷 바람에 기숙사 주변을 방황하다 들어오고. 이틀 내내 이짓거리를 반복하다 드디어 제출했다. 뭔가 올해 할 일을 다 해낸 느낌이다.

이제 내과 레포트 5장이랑 편집국 글만 쓰면 편안하게 잘 수 있다.
한 새벽 5시쯤 잠들어서 2시간 자고 나가겠군. 십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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