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9. 13. 04:27

기숙사를 '집'이라 표현하며 정을 붙이려 노력해봤지만,
역시. 기숙사는 '집'이 될 수 없다.


더이상 뭔가를 해 먹고 싶을 때 방 구섞에서 몰래 가스 버너를 켜고 싶지 않다. 자고 있을 때 불쑥불쑥 누군가 들이닥치는것도 마뜩찮다. 생활패턴이 잘 맞지 않는 룸메이트 신경 쓰는것도 피곤하고, 코고는 소리도 지겹다. 1시 부터 5시 까지의 통금이 그리 맞추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왠지 풀 수 없는 족쇄를 찬 느낌이다. 그리고. 언젠가 비워야할 곳이라는 생각을 하니 역시 정이 가질 않는다.

이젠 이 감옥 같은 곳에서 좀 풀려나고 싶다.
"내 집"을 갖고 싶지만,
그건 아마도 먼 훗날 이야기가 될 것 같고, 당장은 혼자 살고 싶다.

"너 결혼하기 전 까진 내내 혼자 살아야 할텐데, 졸업할 때 까지만이라도 기숙사에 있지.."
글쎄, 졸업하기 전까지 미치지 않는다면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냉장고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 냉장고 안에 맥주 두 캔 정도는 들어 있으면 좋겠다.
가스렌지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 위에 아침에 먹다 남은 찌개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늦은 시간 털래털래 걸어나와 집주변을 산책해보고 싶고
가끔은 늦은 시간 한아름 장바구니를 안고 들어가보고 싶다.

룸메이트 눈치를 보지 않고 씨부려가며 외국어 공부를 해보고 싶고
룸메이트 눈치를 보지 않고 늦게 까지 코를 골며 자고 싶다.


이 모든것의 해답은 돈이다.
더이상 부모님 등골 후려치긴 싫고,
마통에서 끌어다 쓰면 딱 맞긴 한데..

심리적인 여유가 좀 생기면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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