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도리도리b 2011. 3. 30. 00:47


1. 지긋지긋한 교정과턴이 끝났다.

2. extremely nonfunction.
병풍도 병풍 나름이지, 이건 당췌 뭘 하는지 알 수도 없고 철사만 뺐다 꼈다 하는걸 하루 종일 지켜 보고 있자니 온몸에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던 나날들이었다. 뭐라도 좀 알고 보자 싶어서 거금 7만원을 들여 산 치과교정학책을 들고 다녀 보기도 했지만, 책을 봐도 까막눈이긴 매 한가지였다. 답답한 마음에 옥상으로 올라가 멍하니 앉아있어 보기도 하지만, 병원내 최하층민이자 불가시천민(不可視賤民, the Invisible)인 원내생1년차 조무래기는 그 마저도 눈치가 보여 마음껏 할 수 없다.

3. Suctionphobia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4. 눈치는 점점 늘어간다.
서있지만 서있지않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포지션을 기가막히게 찾아가서 짱박혀 있는 스킬이 이젠 마스터에 도달 직전이다. 대충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으면 자리를 피할 줄도 알게 되었다.

5. 말은 점점 없어진다.
하루 종일 할 말이 없다 보니 점점 입이 붙어간다. 우리 끼리는 수신호로 어느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눈짓만으로도 대략 상대방을 파악하는 스킬도 생겨나고 있다. 
오늘 인턴샘이 인상채득이 끝난 환자를 보내고 대기 환자분을 불러다 체어에 앉힌 후 세팅해달라고 하신다. 환자를 보내고 새 환자를 앉혀 놓고 기다리는 동안 생각해보니 나는 말을 한마디로 안하고 손짓으로만 의사전달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라고 생각했을까. 개량한복인지 찜질방 찜복인지 구별도 안되는 이상한 옷을 입은 인간이 허우적대더니 의자를 가리키고 바깥을 가리킨다. 병신인가.

6. 인상채득은 이제 좀 알겠다.
봐도 알 수 없는 교정 과정은 아예 머리에서 지워 버리고 하루 종일 본 뜨는 인턴샘들 옆을 기웃거리며 잡일을 하다 보니 이젠 대충 흉내는 낼 수 있다. 환자가 없을 때 선생님들 몰래 우리 끼리 떠보기도 하면서 임상경험(!)도 꽤 쌓은거 같고.

7. 내일부터는 강남세브란스턴이다.
화창한 점심시간에 버스타고 서울 투어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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